2024. 6. 17. 06:48ㆍ카테고리 없음
둘째날 잠을 설쳤지만 막상 일어나니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짐을 주섬 주섬 챙기는데 어제 만나 뵈었던 동네 어르신께서 아침 식사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댁에 가서 아침을 먹게 되었다. 찬이 별로 없다고 하셨지만 나에겐 진수성찬이었다. 벌써 아침에 동네에 담배 꽁초를 줍는 활동을 하시고 오시는 길이셨다. 대구에 계셨는데 울릉도로 어떻게 이사를 오셨다고 하셨다. 성인봉을 갈 계획인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여쭈니 친절히 버스표를 가르쳐주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여유있게 성인봉으로 출발했다.
경사가 있는 곳은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계속 자전거와 함께했다. 목표한 곳 중간에 울라라는 카페의 리뷰가 많이 달려있어 가보기로 했다. 울릉도는 해안 도로는 대부분 무난하게 탔지만 화산섬이라 그런지 내륙 쪽으로 가려하면 급격한 경사가 느껴졌다. 카페 울라도 약간 내륙 쪽에 있었는데 해안 도로에서 엄청난 급경사를 느꼈다. 끌고 가는데도 종아리 근육이 많이 당겨져서 중간에 펜션 사장님께 자전거를 부탁하고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또 새로운 동네가 보였다. 역시 고생을 해야 경치가 좋아지는구나. 찾기 어려웠지만 카페 울라는 코스모스 리조트 안에 있었다. 카페 안은 평범하고 커피 값은 비쌌다. 아메리카노가 7000원이라니. 그냥 나가야 하나 했는데 문을 여니 송곳산과 리조트 내의 풍경이 좋았다. 경치 값이었구나 하며 다시 카페로 가서 큐브라떼(8500원)를 시켰다. 카페 안에 울라라고 해서 울릉도 고릴라라는 뜻의 캐릭터들이 많았고 다양한 굿즈들이 많았다. 만든 사람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커피 안의 얼음도 울라가 들어가 있었다. 여기 리조트에서 송곳산을 보면 고릴라를 닮은 바위를 형상화하여 스토리텔링을 한 것이라 했다.
이곳 저곳을 보고 다시 출발했다. 해안선을 따라 나오는 풍경들을 보면 지친 마음이 나은 듯 했다. 점심에 천부항에 도착하여 꽁치물회가 유명한 만광식당에 도착했다. 주인 할머니께서는 친절보다는 베짱이 두둑하셨다. 아이가 온 가족에게는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다고 먼저 솔직하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손님은 있었다. 나는 꽁치물회를 시켰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먹는 법을 잘 가르쳐주셨다. 물을 섞기 전 양념한 것을 잘 섞으라고 하셨다. 시키는 대로 하고 먹었는데 괜찮았다. 냉동 꽁치였지만 그리 비리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잘 먹고 성인봉을 가는 버스정류장이 어디있는지 여쭈니 매우 가까웠다. 자전거를 맡기고 1시 20분 정도에 여쭤봤는데 마침 나리분지로 향하는 1시 30분에 버스가 있었다. 나리분지로 향하는 길은 가팔랐다. 한 10~15분 정도 갔을까 나리분지에 도착했다. 보니 성인봉까지 5시간이 걸린다고 지도에 써있었다. 5시 35분, 막차는 6시 35분에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할 수 있는 만큼 산을 올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찌 어찌 등산을 마쳤다.(https://epmaster.tistory.com/179) 5시 35분차를 탈 수 있었다.
오랜만에 등산을 하고 천부항으로 돌아왔다. 천부는 해안가 도시였는데 작지만 아름다웠다. 일단 밥을 먹자고 생각하고 골목집이라는 곳에 들렀다. 오징어전과 막걸리가 먹고 싶어 시키고 식당 아저씨께 저렴하면서 괜찮은 숙소를 여쭤보았다. 전화를 해보니 잘 받지 않았는데 아저씨 사모님께서 허락하셔서 식당 옆에 컨테이너에서 묵게 되었다. 꽤 괜찮은 숙소였다.